학문을 하려면 악습(惡習)부터 고쳐야

화순투데이 | 기사입력 2019/04/15 [09:34]

학문을 하려면 악습(惡習)부터 고쳐야

화순투데이 | 입력 : 2019/04/15 [09:34]

조선 5백년을 대표하는 학자로는 누가 뭐라 해도 퇴계와 율곡입니다. 이 두 분의 학문까지 모두 포용하고 실학의 논리까지 합해서 ‘다산학’을 이룩한 다산 정약용 또한 조선의 대표적 학자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율곡은 『격몽요결(擊蒙要訣)』이라는 책의 「혁구습(革舊習)」 장에서 비록 학문에 뜻을 두고도 학문하는 일에 용감하게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구습(舊習), 즉 잘못된 습관인 악습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구습의 조목을 나열하여 그것을 철저히 끊어내야만 학문의 길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산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주서여패(朱書余佩)』라는 책을 저술하라고 당부하면서 그 책 내용으로 「혁구습」의 장(章)을 두라고 하면서 고쳐야 할 구습, 즉 악습이 어떤 것인가를 나열해 놓고 그 내용은 율곡의 혁구습장을 변형한 내용이라면서, 율곡의 주장과 자신의 주장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것은 바로 율곡이나 다산은 인간이라면 악습을 못 버리기 때문에 뜻을 세우고도 학자로 가는 길을 갈 수 없다는 같은 생각을 지녔다는 뜻입니다.

 

다산이 열거한 조항은 이렇습니다. 눕기를 좋아하는 것(嗜臥), 농담 좋아하는 것(?言), 성질내고 화 잘 내는 것(忿怒), 바둑·장기 좋아하는 것(博奕), 권모술수를 쓰는 일(權詐), 속이기를 좋아하는 것(欺騙)과 같은 종류의 일이 바로 오래되고 잘못된 습관이라고 열거했습니다.

  다산이 열거한 내용은 결코 거창하거나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특별한 일이 악습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이 항상 저지르기 쉬운 아주 평범한 것을 악습이라고 여기고 그런 것을 고칠 수 있어야 학문의 길이 열린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율곡의 ‘혁구습’에는 전제조건이 있다고 했습니다.

 

“율곡은 성인이 되겠다고 스스로 기약하여 뜻을 세웠다고 하며 그 뜻을 세워야 학문을 하게 된다(栗谷以立志爲學 聖人自期爲志).”라고 말했다면서 ‘혁구습’을 해야 성인이 되겠다는 뜻을 세울 수 있고, 뜻을 세워야만 참다운 학자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여 악습을 고치는 일에서 학문을 하게 되고, 학문을 제대로 해야 성인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는 단계를 설정했다고 보여 집니다.

  인권이다, 인간의 자유다, 구속받아서는 안 된다는 등 자유분방만이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라고 믿고 어떤 일에서도 속박 받지 않겠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오늘, 율곡이나 다산의 구습을 고치고 바꿔, 경건하고 공손한 자세에서 학문의 길이 열린다는 주장은 먹혀들어갈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율곡·다산 같은 대학자들이 학자가 되는 길이라 말한 대로는 살아갈 사람이 없으니, 이제는 참다운 학자는 나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바르게 앉거나 서지를 못하고 눕기나 좋아하고, 희희덕거리는 농담이나 즐기고, 바둑이나 장기만 좋아하고, 권모술수나 부리고 남을 속이기나 좋아하고서 어떻게 오묘한 진리를 터득하는 학문을 할 수 있을까요.

 

참다운 학자가 많이 배출되기를 고대하는 우리의 현실, 율곡이나 다산의 뜻에 따라 마음자세와 행동거지를 경건하고 공경스럽게 지녀 좋은 세상을 만들 학자들의 지혜가 샘물처럼 솟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잘못일까요. 생활태도와 습관을 고치는 일에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

박석무 드림

글쓴이 / 박 석 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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