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⑨주가조작 : 검찰은 ‘큰손’을 덮었다

화순투데이 | 기사입력 2019/11/04 [11:33]

[죄수와 검사]⑨주가조작 : 검찰은 ‘큰손’을 덮었다

화순투데이 | 입력 : 2019/11/04 [11:33]

<편집자주>
지난해 말 자신이 구치소에 재소 중인 죄수의 신분으로 장기간 검찰 수사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X’가 뉴스타파에 찾아왔다. 제보자X는 금융범죄수사의 컨트롤타워인 서울 남부지검에서 검찰의 치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덮여진 현직 검사들의 성매매 사건, 주식시장의 큰손들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 그리고 전관 변호사와 검사들의 검은 유착… 뉴스타파는 수 개월에 걸친 확인 취재 끝에 <죄수와 검사>시리즈로 그 내용을 연속 공개한다.

① "나는 죄수이자 남부지검 수사관이었다"
② '죄수- 수사관- 검사'의 부당거래
③ 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진실
④ "한겨레 보도 막아달라" 현직 검사 사건 개입
⑤ ‘검사를 위하여’ 의뢰인 팔아넘긴 전관 변호사
⑥ 검사 출신 전관 ‘박재벌’ 금융범죄 덮였다
[특집] 조국은 모르는 '떡검' 이야기 (feat.제보자X)
⑦ ‘박재벌’, 검찰 묵인하에 수십억 부당 수익
⑧ ‘박재벌’ 통화내역, 청와대 그리고 22명의 검사들
[특집] 조국 이후 검찰개혁을 말한다 (‘떡검’이야기2)
[공동취재] 뉴스타파 X PD수첩 = 검사범죄 1부 ‘스폰서 검사’
⑨주가조작 : 검찰은 ‘큰손’을 덮었다

 

서울 남부지검은 금융범죄 수사의 컨트롤타워다. 남부지검의 관할에는 영등포구가 포함돼 있다. 영등포구에는 여의도가 속해 있다. 여의도에는 대형 증권사와 은행이 대거 몰려 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도 여의도에 있다. 남부지검에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소속돼 있다. 과거 서울중앙지검에 있던 금융조세조사 1부와 2부도 남부지검에 넘어왔다. 

거꾸로 보면 남부지검을 중심으로 금융범죄와 관련된 큰 시장이 열린 셈이다. 수십 억, 수백 억 대의 돈을 주무르는 피의자들, 그리고 검사 출신 전관변호사들, 그리고 검사들이 주인공인 새로운 생태계다. 그리고 이 생태계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돈이다. 금융범죄의 수임료는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수임료가 매우 높다. 

 

▲ 금융범죄 수사의 컨트롤타워, 서울 남부지검.

 

금융범죄와 기업범죄는 내용이 전문적이고 복잡하다. 수사가 어려운만큼 수사를 하는 검사 입장에서는 재량의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관변호사들과 검사가 유착할 공간이 넓어진다. 남부구치소에 복역하면서 남부지검 수사에 오랫동안 조력한 제보자X는 이렇게 말했다. 

 

로펌이나 법률 시장 입장에서 보면 서울 남부지검이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 되었죠. 그런데 그에 걸맞은 감시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각지대예요. 그 결과 검사와 전관변호사가 금융범죄를 거래하는 거대한 시장이 되어버린 거예요.”

제보자X/ 검찰 비리 제보자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의 전말 : 동탄 회의 

스포츠서울 주가조작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됐으며, 2014년 검찰이 수사를 시작해 2017년 11월 1심 판결이 나온 사건이다. 검찰 수사는 제보자X의 진정으로 시작됐다. 뉴스타파는 사건 관련 검찰 수사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아래는 검찰에서 진행된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건의 전말이다. 

2012년 5월 경.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있었던 법무법인 다담의 사무실. 4명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회의 참석자는 M&A 전문 변호사 이 모 씨, 스포츠서울 전무 손 모 씨, 주식브로커 김 모 씨, 그리고 유준원이라는 사람이다. 유준원은 당시 텍셀네트컴이라는 상장사의 대표이자 슈퍼개미로 알려진 주식시장의 큰손이었다. 회의의 주제는 스포츠서울 주식 투자였다. 

스포츠서울의 당시 회사명은 에이앤씨바이오홀딩스.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이었다. 수익성이 취약하고 공시가 불성실하다는 이유였다.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신규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종목이다.

 

▲ 2011년과 2012년 스포츠서울(에이앤씨바이오홀딩스)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2년 연속 지정됐다.

 

브로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유준원에게 스포츠서울 ‘워런트’ 매입을 권유했다. 워런트는 주식을 일정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당시 워런트 행사 가격은 500원 정도였다. 브로커 김 씨는 검찰에서 “M&A 전문 이 변호사가 평소에 능력만 되면 주가를 ‘쭉 올리고 싶어했다’고 진술했다. 주가를 올린다는 건 “이 바닥에서 5배, 10배 정도를 말한다”고도 진술했다. 

스포츠서울 손 전무는 당시 회의 자리에서 투자 수익금 배분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진술했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의 50%, 워런트의 원 소유자인 이 변호사에게 수익금의 50%를 배분한다는 이야기도 오갔다고 말했다. 당시 참석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 회의는 사실상 시세 조종을 모의하기 위한 회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유준원은 워런트 200만 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주당 워런트 행사가격을 500원 씩 잡으면 투자금은 10억 원이었다. 

유준원의 주장은 브로커 김 씨 등의 진술과 정반대다. 유준원은 뉴스타파의 질의에, 다담의 만남은 워런트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였으며, 시세조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투자주의 환기종목이라는 사유가 투자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요약하면 정상적인 투자였으며 주가조작을 모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PEARL : 대선테마 한류테마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려면 호재성 재료가 필요하다. 주가조작 세력들은 이 재료를 PEARL(펄, 진주)라고 부른다. 2012년은 대선 운동이 한창이었다.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세력들은 대선테마를 만들기로 했다. 

스포츠서울은 한누리포럼이라는 단체의 이 모 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한누리포럼은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지하는 외곽조직이었다. 스포츠서울 주가조작에서 실무자인 ‘선수’로 가담했던 김 모 씨는 검찰 조사에서 스포츠서울 김광래 회장이 “박근혜 의원 관련 재단 사람들도 투자 예정이다”라며 벽에 붙어 있는 단체 여행 사진을 보여줬다고 진술했다. “박근혜 의원 재단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과 여행을 다닌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한누리포럼 대표가 영입됐다는 사실은 박근혜 후원회장이 영입됐다는 것으로 부풀려져 증권가에 퍼졌다. 

▲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세력은 2012년 대선테마와 한류테마를 인위적인 시세조종에 활용했다.

 

또 하나의 테마는 한류였다. 스포츠서울은 실제로 배우 이영애 씨와 관련이 있는 ‘리예스’라는 회사에 20억 원을 투자했다. 역시 주가조작 ‘선수’로 가담한 박 모 씨는 M&A전문가 이 변호사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조만간 이영애를 주연으로 하는 대장금2를 제작하려고 준비한다, 그 드라마가 대박을 칠 것이다. 1주당 천 원만 먹어도 천만 주면 100억 원이나 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 변호사가) 시세조종을 제안하였습니다.” 

이렇게 ‘펄’이 풀리고 주식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차명계좌를 이용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고 팔았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인 스포츠서울 주식의 가격은 상승했다.  

주가조작 부당이득금 110억 원, 누가 먹었나 

스포츠서울의 실제 주가 흐름은 아래 표와 같다. 2012년 5월 주당 6-700원 하던 주가는 한류 관련 공시와 대선 관련 공시가 있고 급등했다. 6월 27일 1810원으로 단기 최고점을 찍었다. 그리고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쳐 원상태로 돌아갔다. 

유준원의 주식을 대리해서 거래했던 브로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6월 20일부터 27일 사이 주식을 매도했다고 진술했다. 사실상 단기 최고점에 매도를 한 셈이다. 매도 평균가를 단순 계산하면 30억 원 가량이다. 10억 원을 투자했으니 한 달 사이 20억 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검찰이 계산한 주가조작 세력의 부당이득금은 총 111억 원 가량이다. 이 중 유준원의 특수 관계 법인이 20억 원으로 가장 많은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가짜 펄에 속은 개미 투자자들은 피해를 봤다. 수익을 내야하는 ‘모찌 계좌’의 주식 물량을 털어내려면 물량을 받쳐줄 일반 투자자들이 필요했다. 주가조작 가담자들은 주식 동호회 등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스포츠서울 주식을 팔지 말라고 종용했다. 당시 증권방송에서 이름을 날리던 애널리스트 최OO도 이런 역할을 했다. 최OO은 검찰 조사에서 “회원들에게 팔지 말고 계속 보유하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보유하거나 팔거나 하는 것은 결국 회원들 자신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개미들의 피해는 추산조차 어렵다. 

회의 멤버 모두 구속, 그런데 ‘큰손’은?

2015년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세력은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앞서 법무법인 다담의 투자 회의 멤버들은 모두 구속됐다. 1심에서 M&A전문가 이 변호사는 징역 4년, 스포츠 서울 손 전무는 징역 1년6월, 브로커 김 씨는 징역 1년6월을 받았다. 그런데 부당 이득금 110억 원 중 가장 많은 수익인 20억 원을 챙긴 유준원은 기소되지 않았다. 더 의아한 것은 단 한 차례 참고인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서울 남부지검에 당시 수사에서 유준원이 왜 배제됐는지 물었다. 남부지검 신응석 2차장검사는 “당시 브로커 김 씨와 어떤 공모가 있었다고 인정할 어떤 구체적인 진술은 없었다”며 “공범이라고 보기 좀 어려웠다”고 답했다.  

유준원과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은 없었다?

어디까지 수사를 확장할 것인가 대한 판단은 검사의 재량이다. 문제는 그 재량이 제대로 행사됐는지 아무도 검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수천 쪽에 달하는 검찰 수사 기록을 분석했다. 

일단 유준원이라는 이름이 피의자와 참고인 진술에서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살펴봤다. 모두 147번이다. 진술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일단 유준원은 주가조작 주범들과 회의를 했다. 일반적으로는 투자하지 않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의 주가가 곧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수익배분도 논의했다. 10억 원을 투자했고, 매도 작업도 주가조작범이 실행했다. 매도 과정도 실물 주식을 인출하는 평범하지 않은 방법을 썼다. 

유준원은 이에 대해 회의는 했지만 시세조종 등을 논의한 적이 없으며, 실물 주식을 인출하는 방법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 부분을 왜 조사하지 않았을까.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박수종의 등장 

법무법인 다담의 회의 멤버인 브로커 김 씨는 2014년 12월 2일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김 씨는 체포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급하게 전화를 해 변호인을 요청했다.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씨가 급박하게 전화를 걸어 변호인을 부탁한 사람은 다름 아닌 유준원이었다. 유준원은 당시 세종저축은행 사주였다. 유준원은 김 씨에게 변호사를 한 명 보낸다. 이 변호사는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8편까지 다룬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박수종이었다. 이런 상황은 브로커 김 씨의 검찰 진술조서에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되어있다. 하지만 유준원은 뉴스타파의 질의에 브로커 김 씨와 변호인 선임과 관련된 전화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수사 기록을 보면 검사가 유준원을 ‘잠깐’ 의심하는 대목이 있었다. 브로커 김 씨를 조사하면서 검사는 유준원이 시세조종을 알고 있지 않았냐고 추궁한다. 하지만 김 씨는 부인했고, 이후 관련 조사는 추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검사: 피의자의 전주 유준원도 스포츠서울 시세조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김00: (고개를 흔들면서) 몰랐습니다. 

검사: 시세조종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는데도, 수익금의 5:5 방식 내지 수익금의 30%만을 주겠다는 말이 오고 갔다는 말인가요.

주가조작 브로커 김00 검찰 진술 조서 중

 

금융업계에서 유준원 회장과 박수종 변호사는 형님 동생하는 친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단적인 예가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기록을 보면 2015년 9월 15일부터 1년 동안 유준원과 박수종의 통신 횟수는 929건이다. 하루 2~3건 정도 연락을 매일매일 했다는 뜻이다. 

박수종과 유준원은 사업적으로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 7편에서 박수종 변호사가 검찰의 묵인하에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박수종은 이 과정에서 유준원 소유의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으로부터 43억 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대출금리는 7.5%로 다른 주식담보대출 금리의 절반 정도였다. 

또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 6편에서 박수종이 2015년 4개 회사와 관련된 금융범죄 혐의를 받았으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 중 한 회사인 씨티엘은 유준원이 대주주였다. 뿐만 아니다. 박수종 변호사가 차명 법인과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다른 상장사를 통해 상상인의 주식을 5% 이상 소유했다는 사실도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 씨는 검찰조사에서 유준원 회장을 적극적으로 감쌌다. 브로커 김 씨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박수종 변호사는 어떤 조언을 했을까. 그리고 박수종 변호사의 ‘친구’였던 김형준 당시 남부지검 합동수사단장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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